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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recious/Borie & Dal-bong

그들이 떠나갔다.

 하얀 색의 두 녀석이 기력이 없이 바닥에 누웠다. 간밤에 자던 모습 그대로 멈추어 숨만 쉬며 내가 다가가면 나를 향해 바라본다.  

 

 나머지 녀석들은 누워있는 하얀 녀석들을 위로핟듯 위에 떠서 느리게 움직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힘을 눈동자 움직이는 것에 모아 모든 것을 한 번이라도 더 자세히 보겠다는 듯이 여기저기 둘러본다. 몸에 붉은 기운이 돋아나지만 생명의 기운이라기 보다는 죽음의 기운처럼 느껴진다.

 

 다음 날 아침 이 두 친구는 각자 자기가 머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모로 누웠다. 그 사이에 남은 세 녀석들의 지느러미도 급격히 갈라지며 옆에 앉아 있다. 상실의 아픔으로 머리를 풀어헤친 것 마냥.

 

 

평소 자주 싸우던 녀석들이 레테의 강을 건너는 친구를 보며 죽을 듯이 우울해 하는 것 같더니  다음 날 모두 특별한 외상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렇게 우영이가 고1 때 실험을 위해 구입했던 금붕어들이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갔다. 내가 근처에만 가도 먹이달라며 몰려다니던 녀석들이 한 순간에 모두 떠났다. 마치 언제 죽기로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듯이 떠났다. 너 없는 나의 삶은 의미가 없다며 우울해 하다가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엔 텅빈 공간만 남았다. 어딘가에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났기를 빌며 언젠가 나도 떠날 날이 있을 것이라 이들의 소천이 남 일같지만은 않다.

 

부디 행복하시게들 금붕어 양반들아, 내가 많이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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