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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위의 잡초처럼

혁명을 제안하시는 교황님 - 언제나 그리스도인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혁명을 꿈꾸고 있습니다. ‘따뜻한 혁명, 부드러운 혁명’입니다. 그의 지침은 ‘복음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책자로 출간됐습니다. 총 5개장 288개 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신앙 지침서이면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해결 방안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신학 용어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들려주는 쉬운 말로 쓰였습니다. 가톨릭에서 절대 권위를 갖고 있는 교황이 쓴 문헌이기 때문에 주교, 사제, 수도자들이 먼저 읽기 시작할 겁니다. 평신도들도 관심을 보일 겁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최근 교회의 관료화, 성직자의 사회 참여 논란 등과 관련해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글입니다. 교황의 꿈꾸는 복음화와 혁명,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제가 잠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신앙서 답게 교회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큰 줄기는 교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겁니다. 교회의 구조와 비전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회의 서열, 관료화, 교조화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교황의 지위, 권위도 바꿔야 한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바티칸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교회가 변신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교회가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음에도 복음이라는 근본에 직접 닿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합니다. 기독교인들은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신의 자비와 애정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황의 교회 개혁론은 자아 비판이면서 동시에 21세기 전세계가 처한 현실이 답답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교황은 오늘날 우리가 소비만능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탐욕스러운 마음, 경박한 쾌락 추구, 무딘 양심에서 나오는 황량함과 고통에 빠져 있다는 겁니다. 현대인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사로잡혀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 가난한 자들을 위한 마음이 자신에게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지금 경제시스템은 뿌리부터 불공정하다고 거세게 비난합니다. 보이지 않는 새로운 독재, 즉 시장의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투기, 부패, 조세 회피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만연해져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사회의 한계점에 놓여 있는 가난한 사람들, 예를 들어 노숙자, 난민, 이민자 등에 특히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회는 가난한 자를 위한 선택이 우선 돼야 하며, 가난한 자의 문제가 혁명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도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교황은 교회가 늘 문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천주교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예식인 성체성사를 예로 듭니다. 성체성사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듯 사제가 미사 때 빵과 포도주를 축성해 신자들에게 나눠주는 예식을 말합니다. 교황은 성체는 완벽한 사람(신자)을 위해 주는 상이 아니라, 약한 자들을 위한 치료제이자 영양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교회는 예배, 교리, 절차, 권위에 매달리기 보다는 거리에서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얄팍한 정신과 성직자의 덫에 빠진 교회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기까지 합니다. 지나친 성직자 중심 주의를 경계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평신도의 역할도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쟁점인 성직자의 사회 참여에 대해서는 성직자는 사람들의 삶에 관한 모든 것에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다시 강조합니다. 누구도 종교가 개인의 성역에만 국한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다고 밝힙니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인용해 교회는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변두리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덧붙입니다.

   교황이 꿈꾸는 혁명은 지금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를 뒤로 미루지 말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신앙인들의 근엄한 얼굴 대신, 예수가 보여준 밝은 미소, 부활의 기쁨을 가난한 자들도 현세에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주문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혁명인 것이지요.  끝으로 교황이 신에게 바친 기도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제발 이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저 역시 바라면서요.

  “신이시여, 가난한 자들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정치인을 우리에게 더 많이 보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