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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췌] 캠핑오는 이유가 자연속에서 스마트폰?-급공감.

한겨레]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이달 초 한 포털은 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와이파이 가능 캠핑장 검색' 기능을 앞세운 보도자료를 냈다. 캠핑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생겨난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다. 몇년째 주말이면 캠핑장을 찾는 정연욱(38)씨는 "요즘 인기 캠핑장의 선택 기준은 전기 공급, 깔끔한 화장실 그리고 와이파이"라고 말한다.

인공적 삶을 등진 채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소박한 잠자리를 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던 캠핑도 많이 달라졌다. 캠핑이 대중화하면서 웬만한 살림살이를 옮긴 듯 장비가 늘어나더니, 요즘은 디지털 캠핑이 대세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은 기본이고 빔 프로젝터를 갖춘 애호가도 많다.

경기도 일대의 오토캠핑장을 즐겨 찾는 박아무개(41)씨는 "자주 캠핑 가 보면 야외에서 놀 게 별로 없다. 아이들도 비눗방울 쏘기나 보드게임 몇번 하면 질리고 결국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오래 다닌 가족들은 캠핑 가서도 평소대로 생활한다. 텐트를 치고 한숨 돌리면 각자 조용히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씨는 "뛰노는 것도 사실 피곤하고 야외에선 가족 모두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즐거운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 애들 요구대로 디지털 기기를 허용하게 된다. '자연을 벗삼아'가 실제는 '자연을 벗삼아 스마트폰'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선택도 있다. 캠핑족 임아무개씨는 디지털 기기로 인한 주변 텐트들의 소음과 빛공해가 늘어나 이제는 캠핑장 대신 불편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텐트를 친다. 앞서 말한 정씨도 몇년 전엔 빔 프로젝터, 스크린과 거치대, 스피커까지 장만해 자연 속 영화관을 즐겼지만 이제는 텐트에서 스마트폰도 거의 쓰지 않는다. "캠핑 가서 부모들끼리 술 마시려고 자녀에게 스마트폰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 캠핑 가서 부모가 게을러지면 할 게 별로 없다. 뭘 하고 놀지 많이 준비하고,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캠핑용 디지털 장비를 팔아치운 정씨의 말이다. 뭘 보고 느끼려고 숲속으로 갔는지 다시 물어볼 일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starry9@hani.co.kr